[경제는 스토리다] 행동경제학으로 풀어보는 ‘선택의 역설’

[경제는 스토리다] 기획 기사 시리즈
왜 내 지갑은 점점 얇아 질까? 

민지의 월요일 아침

민지는 알람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옷을 고르려 했지만, 옷장 앞에 서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아… 입을 옷이 하나도 없네.”
옷장에는 80벌이 넘는 옷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블라우스만 15벌, 원피스 12벌, 재킷 8벌… 하지만 민지의 눈에는 ‘딱 맞는’ 옷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20분을 허비한 끝에 평소에 입던 검은색 블라우스와 회색 바지를 꺼냈다.

AI로 제작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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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꼭 쇼핑 가야겠어.”

쇼핑의 즐거움

토요일 오후, 민지는 명동의 대형 쇼핑몰에 나와 있다. 3층 여성복 매장에는 신상품이 가득했다.
“이 블라우스 예쁘다! 색깔도 세 가지나 있네. 화이트, 베이지, 민트…”
점원이 다가왔다. “고객님, 그 스타일 정말 인기 많아요. 어울리실 것 같은데 입어보시겠어요? 참, 저희 이번 시즌 신상이 무려 300종이나 들어왔어요!”
민지는 탈의실을 세 번이나 오갔다. 화이트는 너무 평범하고, 베이지는 가진 옷과 비슷하고, 민트는 어디에 입고 가야 할지 애매했다.
“세 개 다 사실까요? 아니면… 하나만?”
30분을 고민한 끝에 민지는 결국 세 가지 색을 모두 구매했다. “언젠가는 다 입겠지. 옵션이 많으면 좋잖아!”
그날 민지는 블라우스 3벌, 원피스 2벌, 스커트 1벌을 샀다. 카드 결제 화면에 나타난 금액을 보고 잠깐 망설였지만, ‘아침마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필요한 거니까’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다시 돌아온 월요일

2주 후, 민지는 또다시 옷장 앞에 20분 넘게 서 있다.
2주전에 산 블라우스들은 여전히 택이 달린 채 옷장 구석에 걸려 있었다. 화이트는 “너무 흔해 보여서”, 베이지는 “생각보다 색이 칙칙해서”, 민트는 “어디에 입고 가야 할지 몰라서”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민지는 결국 또 검은색 블라우스를 꺼냈다.
“왜 이럴까… 옷은 점점 늘어나는데 마땅히 입고 나갈 옷은 없어…”
그 순간, 민지의 룸메이트 수진이 말했다. “언니, 옷장에 옷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 아냐? 나는 옷이 30벌밖에 없는데 오히려 편하던데~~.”
민지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옵션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

행동경제학으로 살펴보기

민지의 고민은 사실 매우 흔한 현상이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 또는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라고 부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그의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서 선택지가 많을수록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잼 실험: 선택 과부하의 과학적 증거

2000년, 컬럼비아대학교의 시나 아이엔거(Sheena Iyengar) 교수는 유명한 “잼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설계:

  • A 조건: 24종류의 잼 시식 부스
  • B 조건: 6종류의 잼 시식 부스

결 과:

  • 24종류 부스: 60%의 고객이 멈춰서 구경했지만, 실제 구매율은 3%
  • 6종류 부스: 40%의 고객이 멈춰서 구경했지만, 실제 구매율은 30%

결 론: 선택지가 4배 많을 때, 구매율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민지의 옷장도 마찬가지다. 80벌의 옷은 “많은 선택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지에게 다음과 같은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었다.
사실 이런 연구자들의 실험이나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시험문제를 푼다고 가정해보면 이해가 쉽게 된다.
객관식 문제 선택지가 5개인 문제와 20개인 문제중 어느 문제가 풀기 쉬울까?
아마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일 것이다.
결국 옷장을 열었을 때 선택지가 일정 수준 이상 되면 우리는 선택을 유보하거나 포기한다. 그래서 매우 보수적이고 무난한 검은색 블라우스를 선택하거나 ‘입을 옷이 없구나’ 로 결론 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 오류에 빠지는가

1.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

카너먼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는 두 가지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 시스템 1: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자동 모드)
  • 시스템 2: 느리고 분석적인 사고 (노력 필요)

선택이 많아질수록 시스템 2가 과부하에 걸린다. 민지가 옷장 앞에서 20분을 허비한 이유는 80가지 조합 가능성을 분석하느라 뇌가 지쳤기 때문이다.

2. 후회 회피(Regret Aversion)

“만약 다른 걸 샀으면 더 좋았을까?”

선택지가 많을수록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다. 민지가 세 가지 색 블라우스를 모두 산 이유는 하나만 선택했을 때 느낄 후회를 피하려는 무의식적 전략이었다.

3.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카너먼이 발견한 또 다른 현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민지는 택이 달린 블라우스를 버리지 못한다. “비싸게 샀는데”, “언젠가는 입을 텐데”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사례 연구

사례 1: 넷플릭스의 선택 축소 전략

2018년, 넷플릭스는 홈화면에 표시되는 콘텐츠 수를 40개에서 15개로 줄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 시청 시작률 18% 증가
  • 평균 시청 시간 23% 증가
  • 고객 만족도 상승

사례 2: 애플의 제품 라인업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에 복귀했을 때, 첫 번째 결정은 350개 제품을 4개로 줄이는 것이었다. 이 결정으로 애플은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례 3: 투자 상품 선택

2001년 연구에 따르면, 401(k) 퇴직연금 옵션이 10개 증가할 때마다 참여율이 2%씩 감소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아예 결정을 미뤘다.

해결책 – 선택의 역설에서 벗어나기

민지가 이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동경제학이 제시하는 실용적 해결책들을 소개한다.

전략 1: 캡슐 워드로브 (Capsule Wardrobe) 구축
원   리: 선택지를 의도적으로 제한하여 결정 피로를 줄인다.

실행 방법:

옷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
     A급: 지난 3개월간 5회 이상 입은 옷 (보관)
     B급: 입었지만 자주는 아닌 옷 (재평가)
     C급: 택이 달려있거나 6개월 이상 안 입은 옷 (기부/중고판매)

“1-in-1-out” 규칙
     새 옷 1벌을 사면 기존 옷 1벌을 내보낸다
     옷장의 총 벌수를 일정하게 유지

색상 팔레트 제한
      3가지 기본 색 + 2가지 포인트 색으로 제한
모든 옷이 서로 매칭 가능하도록 구성

과학적 근거: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옷 선택지를 30벌로 제한한 그룹이 80벌 그룹보다 아침 준비 시간이 40% 단축되고 만족도는 25% 높았다.

전략 2: 사전 결속 (Pre-commitment)

카너먼과 탈러의 연구에서 나온 개념으로, 미래의 충동을 미리 차단하는 전략이다.

실행 방법:

  1. 쇼핑 예산 설정

    • 월 의류 예산을 계좌로 분리
    • 예산 소진 시 다음 달까지 쇼핑 금지
    • 신용카드 대신 현금/체크카드 사용
  2. 구매 대기 기간

    •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고 48시간 대기
    •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사진만 찍고 나오기
    • 48시간 후에도 생각나면 그때 구매
전략 3: 손실 회피 활용 (Loss Aversion)

카너먼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에 2~3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역이용한다.

실행 방법:

  1. 기회비용 시각화

    • 옷값을 “시간”으로 환산
    • 예: 10만원 원피스 = 내 시급 기준 6시간 노동
    • “이 옷이 6시간 일할 가치가 있나?” 자문
  2. 착용 횟수 당 비용 계산

    • 구매 전: “이 옷을 몇 번이나 입을까?”
    • 목표: 착용 1회당 5,000원 이하
    • 20만원 옷이라면 40회 이상 입어야 함

이 외에도 가장 좋은건 의지에 의존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쇼핑앱을 삭제하거나 이메일 구독 취소 하는 등 쇼핑에 노출되는 환경 자체를 바꾸는게 효과적이다
(연구결과 충동구매 가능성 70% 감소) 

민지의 변화

3개월 후, 민지는 옷장 앞에서 더 이상 한숨 쉬지 않는다.
옷은 80벌에서 35벌로 줄었다. 하지만 민지는 매일 아침 5분 안에 옷을 고르고, 출근 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해. 옷이 적은데 오히려 스타일이 더 다양해진 느낌이야.”
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선택의 역설이야. 배리 슈워츠 교수님이 그러셨잖아. ‘선택의 자유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민지는 이제 한 달에 한 벌씩만 옷을 산다. 하지만 그 한 벌은 정말 필요한, 자주 입는 옷이다.

AI로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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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의 옷장을 점검하세요

민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옷장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구독, 레스토랑 메뉴판, 직업 선택, 심지어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서도 우리는 ‘선택의 역설’에 빠진다.
대니얼 카너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원하지만, 정작 더 많은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제 당신의 옷장을 열어보라.

  • 6개월간 입지 않은 옷이 몇 벌인가?
  • 택이 아직 달린 옷이 있는가?
  • “언젠가 입겠지(살빼고 입어야지)”라며 보관 중인 옷은?

선택의 자유는 축복이지만, 너무 많은 선택은 저주가 된다. 진짜 자유는 “많은 것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에서 온다.
오늘부터 시작하라. 옷장을 비우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정 피로에서 벗어나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만드는 일이다.

당신의 옷장에는 지금 몇 벌의 옷이 걸려 있나요?

참고문헌 및 추가 자료

핵심 도서:
1.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생각에 관한 생각)
2.Barry Schwartz, “The Paradox of Choice” (선택의 심리학)
3.Richard Thaler & Cass Sunstein, “Nudge” (넛지)

주요 연구:
1.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2.Schwartz, B. et al. (2002). “Maximizing versus satisficing”
3.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실용 자료:

  • Project 333: 3개월간 33개 아이템만 사용하기 챌린지
  • The Minimalists: 미니멀리즘 생활 가이드
  • KonMari Method: 곤도 마리에의 정리 기술

[행동경제학 시리즈 다음 편 예고]
다음 회에서는 ‘매몰 비용의 오류’를 다룹니다. “이미 돈을 냈으니까”라는 생각이 어떻게 우리의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지, 알아봅니다.

전명철 에듀N퓨처 대표 · 파이낸스 디자이너
1000회 이상 실제 금융 상담 현장을 거치며 “돈 문제는 곧 마음의 문제”라는 확신을 얻었다. 행동경제학과 소비심리를 기반으로 감정과 정서를 중요시하는 독자적인 금융 코칭 방법론으로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복잡한 재테크 이론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지하철에서 끝장내는 행복 부자 가이드』, 『돈의 흐름을 바꿔라 나만의 금융 해방 가이드』(필명: 퓨처패러다임)가 있다.

[경제는 스토리다] “돈 앞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절망의 순간, 다른 사람의 돈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채권자들의 전화가 새벽 1시, 2시에도 울렸어요. ‘너, 가정파탄 한번 나볼래?’라는 협박도 들었죠.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아내는 암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비가 없었습니다. 정말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에듀N퓨처 전명철 대표가 꺼낸 첫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금융 교육 전문가로 청년들과 금융 취약계층을 돕고 있는 그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의 절망이 지금의 철학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친구를 믿었던 대가, 2억의 교훈

독일에서 음악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전명철 대표에게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전문 주식 트레이더로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그 친구는 위기에 처한 전명철 대표에게 1,000만 원을 선뜻 빌려줄 만큼 든든한 존재였다.

“친구가 ‘아버지 노후 대비해야 하지 않냐’며 투자를 권유했어요. 그렇게 약간의 돈을 투자했고 이후 그 친구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일주일만 있으면 해결 된다. 들어올 돈이 있다.” 라고 하면서 힘들어 하길래 일주일 뒤면 해결 되겠구나 생각하고 제명의로 대신 차용증을 써주게 되었죠. 제가 그 친구의 위기를 막아주려다 제 가정까지 위태로워진 거였죠. 그때는 너무 순진했어요”

투자금은 돌아오지 않았고, 친구는 사라졌다. 그리고 빚 2억만 남았다. 하지만 전명철 대표는 자신이 저지른 진짜 실수를 다르게 봤다.

“사람들은 제게 ‘친구를 잘못 만났다’고 위로했어요. 하지만 저는 깨달았습니다. 돈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것을… 그건 내 감정과 정서라는것을…”  

그는 첫 번째 책 『돈의 흐름을 바꿔라 나만의 금융 해방 가이드(필명:퓨처패러다임)』에서 이 에피소드를 자세히 풀어냈다. 경기복지재단 청년통장 위촉재무상담사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돈 문제로 전전긍긍하던 청년들의 모습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돈 문제는 꼭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따른 소비행동을 이해 못했기 때문이에요”

전명철 대표의 금융 교육 철학은 명확하다. ‘재테크는 숫자가 아니라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것.

“상담하다 보면 ‘수입이 적어서 돈을 모을 수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트레스 해소 비용이 월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가 만난 한 직장인은 야근 후 치킨과 맥주, 상사에게 혼난 뒤 구매한 옷과 화장품, 주말의 충동 쇼핑으로 매달 적자를 기록했다. 전명철 대표는 “지출을 줄이라”는 뻔한 조언 대신 이렇게 말했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지금 선생님의 마음을 돌보는 방법이 조금 비싼 것 뿐이에요.”

그는 그 직장인에게 소비가 아닌 ‘성취’로 정서적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일주일에 2~3번, 운동화를 신고 나가기만 해도 성공, 10분 동안 책을 펼치고 앉아 있기만 해도 성공 등 작은 성취에도 진심 어린 칭찬을 더했다.

몇 달 후, 기적이 일어났다. 충동구매와 배달 음식이 줄어들고, 적자가 사라졌다. “상담을 받는 내담자가 스스로 본인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불만족스러운 소비를 만족스러운 소비로 바꾸는 소비설계

전명철 대표가 중요하게 말하는 ‘머니맵(Money Map)’은 단순한 가계부와 다르다. 지출 항목마다 별점을 매기고, 그때의 감정을 기록한다.

배달 음식 15만 원, 별 두 개. ‘스트레스받아 폭식. 먹을 땐 좋았지만 죄책감 남음.’ 

친구와 뮤지컬 10만 원, 별 다섯 개. ‘너무 행복한 경험. 전혀 아깝지 않았음.’ 

이 방식의 핵심은 ‘후회하는 소비는 줄이고, 나를 성장시키는 소비는 늘리는 것’이다.

“많은 재무상담사들은 ‘커피 한 잔 값을 아껴라’고 하죠. 실제 재테크 서적에 많이 등장하는 카페라떼 효과에요. 하지만 저는 다르게 물어봅니다. “당신은 커피 365잔의 즐거움과 동남아 여행 중 무엇을 더 원하나요?’ 본인의 소비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거예요.”

하루 5,000원씩 절약하면 1년에 180만 원, 10년이면 1,800만 원이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 아끼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카페에서 사는 커피 대신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거나, 회사 커피 머신을 활용하면 됩니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중요한 건 ‘나는 무엇을 위해 내 돈을 쓰고 싶은가’를 아는 거죠.”

“지금 최악이어도, 시작하기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전 대표가 금융 상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경기도 청년통장 금융 상담사로 활동하며 만난 한 청년은 채무 때문에 청년 통장을 해약하려 했다.

“그 청년은 자신의 채무를 너무 부끄러워했어요. 한 번도 공과금을 밀린 적 없는데, 병이 생겨 병원비로 돈을 다 쓰고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빚이 생긴 거죠.”

전명철 대표는 그 청년에게 자신의 상황을 먼저 꺼냈다. “나도 의도치 않은 빚이 생겼고, 어렵게 버티고 있다”고. “누구나 의도치 않게 채무가 발생할 수 있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청년은 카톡에 이렇게 썼다.

“재무사님은 제 마음을 읽으시는 것 같아요. 상담하면서 정말 고마웠어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다는게 느껴졌거든요.”
전명철 대표는 지금도 사회적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하는 전명철 대표
인터뷰하는 전명철 대표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전명철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평균’이라는 단어다.

“상담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다른 사람들은 얼마 저축해요?’ ‘내 또래 다른 사람 평균 생활비는 얼마써요?’ 하지만 이 질문의 문제는 ‘내가 빠졌다’는 거예요.”

그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내 삶에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욜로(YOLO)’가 대세일 때는 ‘어차피 인생 뭐 있어? 즐기는 거지’ 하며 현재 소비에 집중합니다. SNS에 오마카세 사진이 올라오면 능력과 상관없이 ‘오마카세 인증’을 해야 하죠. 거지방이 유행하면 목적 없이 무조건 아끼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명확하다. ‘나답게 돈 쓰기’.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살아지는 대로 자기 합리화를 끊임없이 하게 되죠. 그래서 ‘나를 나답게 살게 해줄 기준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3만 원으로 시작하는 ‘나 답게 돈쓰기’ 연습

전명철 대표의 금융 교육에는 독특한 실습이 있다. 현금 3만 원을 준비해, 평소 고마웠던 사람에게 차 한잔을 사는 것.

“전화해서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내가 요즘 나에게 고마운 사람에게 차 한잔 사려고 생각했는데, 네가 떠올랐어. 시간 괜찮아?'”

이 실습의 효과는 놀랍다. 약속을 잡는 순간, 뇌에서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미 그 상황을 머리속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뇌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은 ‘경험 소비’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상대방은 감사를 표현한다. 3만원으로 오래도록 꺼내 볼 수 있는 행복한 소비 경험을 만든 것이다.

“3만 원이라는 돈이 엄청 큰돈은 아니지만, 그 돈으로 나는 ‘고마운 사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누군가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긍정적 존재이고 쓸모 있는 사람인 거죠.”

그는 이것이 소비 효능감으로, 나아가 자아 존중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내 감정이 긍정의 감정으로 바뀌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생깁니다. 의지가 생기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내가 원하는 나 답게 사는 삶으로 한걸음씩 다가가는 거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전명철 대표는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학교에서 방정식 푸는 방법은 가르쳐도, 돈 관리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아요.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일 잘하는 방법은 가르쳐주지만, 돈 다루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죠.”

그래서 그가 개발한 ‘자기금융시스템(Self Finance System)’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3개의 통장만 있으면 된다.

  1. 월정기지출 계좌 – 월세, 통신비, 보험료 등 매월 정해진 날짜에 빠져나가는 돈
  2. 월수시지출 계좌 – 식비, 교통비, 여가비 등 일상 소비 (체크카드 연결)
  3. 연지출 계좌 – 여행, 경조사, 자동차세 등 매월 발생하지 않지만 1년 중 발생하는 지출

“월지출과 연지출을 분리하는 게 핵심입니다. 갑자기 친구 결혼식이나 부모님 생신이 있을 때,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신용카드로 충당하게 되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당연히 돈을 정리할 엄두가 안 나요.”

그는 연지출 계좌에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로 쌓아두라고 조언한다.

“1년간 연지출로 쓰는 금액을 12개월로 나눠서 매월 저축하는 거예요. 그러면 이벤트가 발생해도 준비된 통장에서 집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신용카드 돌려막기에서 벗어날 수 있죠.”

신용카드는 ‘신용’이 아니라 ‘외상’이다

전명철 대표는 신용카드의 본질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신용카드’라는 말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나의 신용으로 소비가 가능하다니, 매력적이죠. 하지만 본질은 ‘외상카드’, ‘부채카드’ 입니다.”

그는 신용카드가 우리 뇌를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지갑에서 42만 원이 사라지는 걸 눈으로 보면, 우리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며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하지만 카드는 그렇지 않아요. 돈이 사라지는 게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연구 결과, 똑같은 소비를 할 때 결제 수단을 현금으로 바꾸면 28% 정도 소비가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가져와 지금 소비해버리는 거예요. 이 행위가 자주 발생할수록, 미래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선택한 소비의 빚을 미래의 내가 갚아야 하니까요.”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명철 대표는 유대인 교육법을 자주 언급한다.

“유대인 부모들은 하나님이 분명 이 아이에게 남과 다른 특별함을 주셨을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남과 똑같이 되는 교육을 하지 않아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아들이 캠코더 들고 이것저것 찍으러 다닐 때, 그냥 도시락을 싸줬을 뿐”이라고 했어요.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과 똑같지 않다고 해서 내가 잘못하는 건 아닙니다. 남과 다른 특별함을 찾아야 해요. 각자 그런 부분이 있어요. 내가 관심 갖고 즐겨 하는 것, 남들보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고 있는 것.”

그는 한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서 만난 여학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왕따를 당하며 ‘늘 죽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후 친구들에게 메이크업 방법을 알려주면서 변했다.

“그 아이의 소비 항목 중 화장품 구매가 자주 있었어요. 시설 선생님들은 ‘용돈을 허투루 쓴다’고 생각하셨죠. 사실 그런 집단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시설의 한계죠. 하지만 그 아이에게 메이크업은 자신을 더 빛나게 해줄 도구였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존재가 된 거죠.”

“지금 최악이어도 괜찮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전 대표에게 물었다. “지금 돈 때문에 힘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가장 절망스러울 때 진짜 금융 상담을 시작했어요. 돈 때문에 힘들고 삶이 무너지니까, 다른 사람들의 돈에 대한 고통이 너무 잘 이해되더라고요.”

“사람은 먼저 그릇이 커져야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대요. 지금은 그릇이 커지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최악이어도, 시작하기 좋은 이유가 있습니다. 조금 한가해지면 해야지… 컨디션이 조금 나아지면 해야지… 지금은 상황이 복잡 하니까 이 복잡한 상황만 지나가면 시작해야지… 그런 날은 안 옵니다.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날은 안 옵니다. 그냥 지금 상황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냥 한번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결과를 보며 대응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할 겁니다. 신기하게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일이 진행될 상황이 펼쳐지고, 기회가 창출 됩니다. “

[BOX] 전명철 대표가 말하는 ‘나답게 돈 쓰기’ 5원칙

  1. 감정을 기록하라 – 지출 항목마다 별점과 감정을 적어라. 숫자가 아니라 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
  2. 월지출과 연지출을 분리하라 – 갑작스러운 지출에 신용카드로 대응하지 마라. 미리 준비하라.
  3. 후회하는 소비는 줄이고, 나를 성장시키는 소비는 늘려라 – 절약이 목적이 아니다. 소비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4. 경험 소비를 늘려라 – 물건은 금방 익숙해지지만(쾌락적응),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5. 미래에서 출발하라 – 현재에서 시작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 완성된 미래의 모습이 되려면 지금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역으로 현재를 설계하라.

[인터뷰어 노트]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전명철 대표가 건넨 말이 오래 남았다.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감정과 정서를 아주 정직하게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의 교육은 재테크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설계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가계부 앱을 열었다. 이번 달 소비 내역을 보며, 각 항목에 별점을 매겨봤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가 정말 행복했던 순간은 비싼 소비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최근 그의 책 <지하철에서 끝장내는 행복 부자 가이드>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입소문 퍼지는 이유를 알것 같다.

https://bitl.to/5epJ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350396